올해는 무엇보다 스마트폰의 해였습니다. 저 역시도 생활 패턴이 완전히 바뀌는 걸 경험했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시작하고, 블로그도 새로 열었습니다. 덕분에 자극을 많이 받은 한 해였다고 할까요? 한정된 숫자의 일촌들과 공유했던 싸이를 할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입니다.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저의 베스트 뽑기는 올해 한국 개봉작을 대상으로 합니다. 순서는 한국어 제목 가나다순입니다. 이 영화들 사이에 순위를 매기는 건 별로 의미가 없을 거 같아요.

1. 드래곤  길들이기

픽사-디즈니와 차별화된 드림웍스의 세계관이 돋보였습니다. 결국 드래곤이 가축화하는 거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타자와 비주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데 방점이 찍힌 영화였죠.

2. 소셜 네트워크

뛰어난 원작이 바탕이 되긴 했습니다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데이빗 핀처의 연출력이 빛납니다. 결론이 이미 나와 있는 이런 식의 연대기 구성을 긴장감 넘치게 풀어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죠. SNS의 본질과 성공의 비밀을 압축해서 정리해 주는 마크 주커버그와 숀 파커의 나이트클럽 씬이 핵심.

3. 언 에듀케이션

올해의 발견을 꼽는다면 단연 이 영화의 주인공 캐리 멀리건입니다. 주인공의 감정선을 끊어 먹지 않고 잘 살려낸 감독(<초급 이태리어 강습>의 론 셔피그)의 연출력도, 깔끔하고 영리한 각본(닉 혼비)도, 그녀의 아우라가 없었다면 빛을 못 봤을 겁니다. 피터 사스가드의 파렴치한 연기도 좋았습니다.

4. 엘 시크레토: 비밀의 눈동자

각색, 연출, 연기, 촬영, 편집, 음악 등 거의 전 부문에서 기술적 완성도가 높았던 영화. 아르헨티나 영화계의 수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보고나면 맘 속에서 여러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교차하며 깊은 생각에 빠지게 되는데, 바로 이 영화의 결말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올해 본 최고의 결말로 꼽고 싶네요.

5. 옥희의 영화

에릭 로메르를 좋아하는 홍상수 감독. 그간 로메르 영화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시공간적 배경과 인물들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진 않았었죠. 로메르 영화의 재미는 표피적인 관찰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을 비웃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단순한 감정의 변화에 공감을 표시하는 데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로메르 영화와 가장 가까울 뿐만 아니라, <오!수정> 이후 지난 10년간을 통틀어 홍상수 감독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6. 의형제

장훈 감독은 두 번째 작품인 이 영화에서 자신의 연출력을 유감없이 잘 보여줬습니다. 사실 데뷔작인 <영화는 영화다>만 봐서는 잘 모르겠다 싶었거든요. 영화 자체도 괜찮았지만 그보다 한국 상업영화계가 모범으로 삼을 만한 제작 과정을 보여줬다는데 더 점수를 주고 싶어요. 투자사의 아이템으로 감독이 고용되어 만들고, 스타 시스템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도 정해진 제작비와 촬영 기간을 준수하는 것이죠.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선 당연한 일일 수 있는데, 실제 한국 영화 현장에선 드문 일들이거든요.

7. 인셉션

올 여름 최고의 영화. 시각적으로나 이야기 면에서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줬죠. 더 이상 새로운 게 나올 수 없을 거 같은 데도 매년 이렇게 놀라움을 주는 영화들이 나온다는 건 관객으로선 즐거운 일이고, 창작자로선 기분좋은 자극입니다.

이외에 <클래스>와 <허트 로커>가 있는데, 작년에 미리 본 관계로 명단에 올리진 않았습니다. 만약 <예언자>를 놓치지 않고 봤더라면 분명히 BEST에 들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2010년의 마무리는 이 정도로 끝내고, 새해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