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베니스 영화제는 미국 영화가 분위기를 이끌며 황금사자상을 가져간 대신, 나머지 주요 부문은 모두 유럽 영화가 수상하였습니다. 아시아, 아프리카 영화들은 양쪽 진영의 틈새를 뚫지 못했죠. 그러나 영화제 자체의 평가는 좋은 편입니다. 검증된 유명 거장들의 작품은 대부분 칸으로 몰려갔지만, 공식 경쟁작들의 수준은 오히려 베니스가 고르게 높았다는 것이 중평입니다.
먼저 <Somewhere>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소피아 코폴라.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로 2003년에 베니스에서 감독상을 받았었죠. 이번에 작품상까지 거머쥠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보였습니다. 할리우드 유명 배우의 피폐한 삶을 11살 딸의 시선으로 포착하는 영화라고 합니다.
은사자상과 각본상을 받은 <A Sad Trumpet Ballad> – 제가 트윗에 쓴 The Last Circus는 북미 개봉 제목인 듯 합니다 – 의 알렉스 델 라 이글레시아스는 <야수의 날>, <커먼웰스> 등으로 국내에도 팬이 좀 있었던 감독이죠. 최근의 슬럼프를 딛고 수상에 성공했습니다.
심사위원특별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Essential Killing>의 폴란드 감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는, 로만 폴란스키와 더불어 폴란드 뉴웨이브를 이끈 감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7년간 연출을 쉬었다가 2008년에 <안나와 함께한 4일>을 칸 감독주간에 선보이며 활동을 재개한 바 있죠. 작년 전주영화제에서 회고전을 가진 바 있는 이 노(老)감독의 수상은 그의 경력과 재능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는 게 중평입니다.
남우주연상 수상이 유력했던 빈센트 갈로는 자신의 연출작 <Promises Written in Water>가 수상 실패한 탓인지 남우주연상 시상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감독이 대신 수상했다는군요. 여우주연상을 받은 아리안 라베드는 그리스 영화 <Attenberg>가 첫 영화인 신인여배우입니다.
최고의 젊은 배우에게 주는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상은, 대런 애로노프스키의 <Black Swan>에서 열연한 밀라 쿠니스가 받았습니다. 저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Forgetting Sarah Marshall)>에서의 예쁘고 똘똘한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는데, 찾아보니 10년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TV애니 <Family Guy> 시리즈에서 목소리 출연을 하고 있군요. 상업 영화도 아역부터 많이 찍었고요.
이외의 관심작은 막판까지 황금사자상 후보로 거론되던 켈리 레이카르트의 <Meek’s Cutoff>, 수상권과는 멀었지만 화제를 모았던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Machete>, 프랑수아 오종의 <Potiche> 등이었습니다.
주요 수상작 목록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67회 베니스 영화제 수상작*
황금사자상
<Somewhere> 소피아 코폴라, 미국
은사자상
<A Sad Trumpet Ballad> 알렉스 델 라 이글레시아스, 스페인/프랑스
심사위원특별상
<Essential Killing>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폴란드/노르웨이/헝가리/아일랜드
남우주연상
빈센트 갈로 <Essential Killing>
여우주연상
아리안 라베드 <Attenberg>
각본상
알렉스 델 라 이글레시아 <A Sad Trumpet Ballad>
마르첼로 마스트로얀니 젊은 배우상
밀라 쿠니스 <Black S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