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스토리 3 (2010) – 불편한데, 괜찮아?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주의하세요.

정말 기분 전환용으로 보러간 이 영화. 다들 신나게 보다가 끝에 감동받고 나온다는 얘기가 많아 약간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예상치 못한 불쾌감에 사로잡혀 마지막 10분이 오기까지를 무척 힘들게 기다려야 했습니다.

이 불쾌감은 오갈데 없어진 장난감들이 다락에 못갈까 안달복달 하는 데서부터 고개를 듭니다. 전작에서 그렇게 멋진 활약을 보여줬던 친구들이라면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왜 저러고 있을까 싶었거든요.  비슷한 선택의 기로에 섰던 2편에서는, 나중에 버림받게 될 지라도 주인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죠. 그러나 3편의 상황, 즉 이별이 현실이 되었음에도 다락에 남길 원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미련입니다.

그러나 극 초반부터 주인공들이 현명한 결정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보통은 잘못된 판단이나 결정을 먼저 해놓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잘못이라는 걸 깨닫는 식으로 이야기를 푸니까요.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사건의 발단은 장난감들이 앤디의 의도를 ‘오해’한 데서 비롯됩니다. 장난감들이 다락에 처박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요. 대신 장난감들이 자의로 선택한, 기부물품을 받는 어린이집을 악몽의 공간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전 이런 설정이 장난감 기부 행위와 공공시설에 대한 의도적인 흠집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장난감을 다락에 봉인하는 것보다 기부를 통해 공공재로 만드는 건 바람직한 일인데 왜 저렇게까지 할까? 물론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죠. 어느 곳에나 구조적 모순은 있기 마련이니까요. 영화가 그런 시스템 자체의 문제를 건드렸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뜬금없이 독재자 랏소를 투입하면서 일종의 반칙을 합니다.

이 반칙의 결과로 제 머리 속에는 영화 줄거리와는 상관없는, 불필요한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이 어린이집에는 연령별로 그에 맞는 장난감 배치에 신경쓰는 직원이 없는 걸까요? 한 살 내외의 아이들이 정말로 장난감에 위협적인 비호감 존재인가요? 랏소는 어떻게 어린이집의 우두머리가 된 건가요? 그에게 알려지지 않은 자질이나 실력은 없는 건가요? 등등.

게다가 어린이집 장난감 세계의 모든 문제가 랏소라는 독재자 한 명 때문이라는 설정도 좋지 않습니다. 에필로그에서 보듯, 랏소만 축출하면 어린이집도 괜찮은 곳이 되어 버리니까요. 나쁜 짓은 수뇌부에 속하는 몇몇이 같이 했는데도, 악의를 가진 한 개인의 문제였다는 식으로 축소시키는 것은 간편한 방법이긴 하나 위험해 보입니다.

이보다 더 문제인 것은 이 영화의 ‘오해 드립’입니다. 장난감들이 위험에 처했던 이유는 앤디의 의도를 오해했기 때문입니다. 비틀린 랏소의 내면도 그 원인은 오해고요. 빌미를 제공한 시스템이나 사람은 문제가 없고 오해한 사람의 잘못이라는 이런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아닌가요? 바로 이명박 정부에서 많이 하는 얘기죠. 정부와 사회의 역할보다 개인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신자유주의의 논리와도 맞닿아 있고요.

생각이 이렇게까지 발전하자, 어느덧 저에게는 앤디와 장난감들의 관계가 노사 관계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인수 합병이나 명퇴를 앞둔 노동자들이, 노조나 협동조합이 경영하는 업체로 들어갔다가 기득권의 논리에 데여서 원래 사용자에게 돌아온다. 그랬더니 사용자가 마음을 고쳐 먹고 새로운 일자리를 소개해 준다. 그러면서 직원과의 추억을 되짚으며 눈물도 흘리더라. 이런 식의 이야기는 사용자들이 자주 애용하는 전형적인 내러티브입니다.

이런 걷잡을 수 없는 생각들을 하면서 영화를 보다 보니 흥미진진한 탈출 장면도, 마지막 10분의 감동도 그다지 맘에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그래도 스위치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린 버즈와, 다른 몸을 빌려서까지 힘을 보탠 포테이토 헤드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네요.

전 이 영화가 악영향을 끼치니 봐서는 안된다고 얘기하고 싶진 않습니다. 영화가 사상을 전달하고 인간을 세뇌시킬 만큼 힘있는 매체도 아니고요. 그러나 이렇게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은 상업 영화일수록 시대의 분위기를 잘 포착한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토이스토리3>가 애니메이션 역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 미국 사회에 신자유주의적 가치관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보여 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 영향권 아래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니 왠지 서글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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