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2010) – 도시 뒷골목에서 만난 람보

*스포일러가 아주 많습니다. 주의하세요.

원빈이 멋진 액션을 보여 준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던 본 영화. 액션 장면들 자체는 좋은 편이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두 시간 내내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죠.

먼저 주인공 차태식의 캐릭터를 볼까요? 재미있는 상업 영화일수록 관객들은 주인공과 자기 자신을 동일시하기 마련입니다. 아니면 적어도 주인공의 행동에 심정적 지지를 보내든지요. 그러나 차태식의 경우, 뛰어난 싸움 실력과 출중한 외모를 가졌지만 그다지 정을 붙일만한 구석은 없어 보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보통 이러한 ‘무결점’ 인물들은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인간적인 약점을 드러내거나, 개인적 고뇌 혹은 트라우마를 언급하면서 관객의 지지를 호소합니다. 이 영화가 선택한 것은 트라우마인데, 효과가 많이 떨어집니다. 이를 차태식의 캐릭터와 관련해서 사용하지 않고, 아이를 찾아 다니는 심리적 이유를 만들어 주는데 쓰기 때문이죠. 결국 관객은 주인공의 활약을 제3자의 입장에서 구경만 하게 됩니다. 피튀기는 영화 속 상황에 들어가서 같이 싸우지 않고요.

두번째는 불필요한 해설이 많다는 겁니다. 감독의 데뷔작인 <열혈남아>도 그랬었죠. 여러모로 공들인 영화인 것은 맞지만, 관객이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부분까지 친절히 설명하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지루한 영화가 되었습니다. 불필요한 대사, 상황, 컷이 많았다고 할까요.

그래도 이번 영화는 훨씬 낫습니다. 초반에 마약 심부름 갔다가 경찰에 잡힐 때까지만 보면, 아니 중반부의 나이트 클럽 시퀀스까지도 전작에 비해 확실히 좋아진 모습을 보여 줍니다. 진행도 빠르고 관객을 반발 정도 살짝 앞서 가면서 아주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문제는 장태식의 과거를 경찰들이 읊어대는 중반 이후부터 발생합니다. 본격적인 ‘해설’의 러쉬죠. 감독은 장태식의 트라우마, 범죄 집단의 수법이나 조직의 소굴, 버림받은 아이들을 차례대로 보여주는데 시간을 할애합니다. 이렇게 뜸을 들이다 보면 관객은 몰입에서 빠져나와 장태식의 잔혹한 복수 시퀀스와, 소녀와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해 들어간 뜬금없는 에필로그를 아무런 감정 없이 보게 됩니다.

참 아쉬운 것은 이 영화가 여러가지 장점이 많은 영화라는 겁니다. 범죄자들과 형사들에 대한 밀도 높은 묘사, 생생한 조연 배우들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니까요. 김새론은 소녀의 갈가리 찢긴 정서적 상처를 사실적으로 보여 주었고, 형사반장 역할로 나온 김태훈은 그가 더이상 김태우의 동생으로 불릴 이유가 없다는 걸 입증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악당 연기를 보여준 김희원은 조연계의 히트 상품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죠.

그러나 설득력 있는 캐릭터나 상황 설정 대신, 가차없는 폭력과 복수에 관심을 둔다면 <코만도>나 <람보2> 같은 할리우드의 80년대 막가파식 액션 영화와 별 다를 게 없습니다. 아무리 한국 영화 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지만, 할리우드에서 이십 몇년 전에나 먹히던 방식의 액션 영화가 여름 대표 영화로 꼽히는 현실이 참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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