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라이스(2009) – 통제의 욕망이 불러낸 참극

과학자나 공학자들에게 불만인 점은, 그들이 내비치는 지나친 자신감입니다. 사실 연구나 실험 과정에서 대상이 되는 세계를 어떤 식으로든 단순화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분야인데 말이죠. 그러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이나 비극의 가능성은 무시하거나 축소합니다. 그래도 이런 블러핑이 연구비를 따내는 ‘영업’에는 도움이 되겠죠.

사실 이런 오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저지르기 쉬운 겁니다. 깜박하는 사이에 자기중심적으로 일반화하고 확신에 차서 단언을 내리죠. 우린 다같이 한계를 지닌 존재들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 빈센조 나탈리는 그런 실수 중에서도 육아 혹은 자녀 교육에서 범하는 실수, 즉 아이에게 부모의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짓을 골라냅니다.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어버린 유전자 조작 기술과 잘못된 자녀 교육이 만나면서 영화는 SF라기보다는 참혹한 가족 멜로드라마가 되죠.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최악의 상황으로 질주해 버리는데, 바로 이 때문에 제작 투자받는 게 매우 힘들었답니다.(@cinexpress님의 정보)

비위가 약하고 겁도 많은 저는 극장 밖으로 나와서도 속이 좋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후반부를 장식하는 사실상의 근친상간 장면들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제가 갓 돌을 지난 딸의 아버지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도 혹시 은연중에 저런 식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인지 하는 걱정.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파괴적 결말에 대한 망상. 집에 돌아와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아빠는 그러지 않겠다,는 작은 다짐을 속삭이기 전까지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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