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페데리코 펠리니 회고전(6/10~7/4)에서는 그의 장편 24편 중 22편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2005년에 필름포럼에서 11편이 상영된 이후 처음 있는 회고전이라 주변에 기대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회고전을 다니다 보면 아무 정보없이 영화를 봤다가 ‘실패’해서 감독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죠. 펠리니 영화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행착오 가능성을 줄여줄 수 있는 작품 몇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1. 아마코드(1973) – 6/17(목) 17:00, 7/3(토) 13:00
감독의 고향인 리미니를 배경으로 주인공 소년의 성장을 성과 죽음이라는 두 축으로 풀어내는 영화. 펠리니의 사춘기 시절 기억과 고향에 대한 향수가 짙게 깔려 있어, 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기본 요소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에피소드 구성이지만, 각각 나름의 드라마 구조를 갖추고 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고요.

2. 줄리에타 마시나 3부작
길(1954) – 6/26(토) 16:30
카비리아의 밤(1957) – 6/19(토) 18:30
영혼의 줄리에타(1965) – 6/20(일) 19:00, 7/1(목) 17:00
줄리에타 마시나는 펠리니의 평생의 동반자였습니다. 초기작들에는 거의 빠짐없이 출연했죠.  위의 세 영화는 그 자체로도 좋지만, 펠리니와 마시나 사이의 예술적 긴장  관계 변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길>에서 자기 정체성에 의문을 품던 젤소미나가, <카비리아의 밤>에서 홀로서기를 시도하고 <영혼의 줄리에타>에서 평안을 찾는다고 할까요?

<길>은 오래전에 비디오로 출시되었고 TV에서도 여러번 해주었던 작품이라 많은 분들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정서적 울림이 크고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카비리아의 밤>은 거리 곳곳을 보여주면서 사회상을 드러내는 네오 리얼리즘 스타일과 펠리니의 개인적인 취향이 잘 조화된 걸작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펠리니 영화이기도 하고요. 보시고 나면 순수함을 간직한 거리의 여인으로 나오는 줄리에타 마시나의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영혼의 줄리에타>는 영혼을 부르는 의식을 통해 남편의 부정에 대해 눈치채는 중년 여성에 관한 영화입니다. 감독은 그녀의 억압된 자아를 과감한 판타지와 정신분석학적 에피소드로 풀어냅니다. 이성과 논리로 관객을 설득하기보다는 따스한 감정적 공감을 불러 일으키죠. <8과 1/2>이 펠리니의 내면적 자아에 관한 영화이듯, 이 영화는 부인인 마시나의 내면에 관한 것입니다.

3. 8과 1/2(1963) – 6/25(금) 16:30, 7/4(일) 13:00
펠리니는 <달콤한 인생>(1960)에서 이전까지와는 달리 이성적인 측면이 강조된 모더니즘 스타일의 영화를 시도하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맙니다. (순전히 개인적 견해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하지만 다음 영화인 <8과 1/2>에서는, 자신만의 스타일에 대해 솔직하게 질문을 시도하여 그 해답을 얻어냅니다.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후반기 펠리니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죠.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펠리니 영화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마술같은 순간들이 많기 때문에 꼭 극장에 가셔서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시간나는 대로 극장에 가서 후기 작품 위주로 찾아 볼 생각입니다.